칼럼니스트: 오토타임즈 김성환 기자

모빌리티 인문학 시간을 통해서 자율주행의 개념과 현실적인 장벽, 그럼에도 희망을 찾기 위한 노력까지 폭 넓게 알아봤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의 현실적인 적용 범위는 어디일까? 우리가 아는 자동차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움직이는 모든 것. 즉 이동을 하는 모든 주체인 모빌리티의 개념을 바탕으로 당장 적용 가능한 요소가 상당 부분 보인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농기계의 자율주행은 가장 가능성이 높다. 국내 농기계 자율주행은 크게 정부 기준에 따라 O단계-원격제어, 1단계-자동 조향, 2단계-자율 주행, 3단계-자율 작업, 4단계-무인 자율 작업으로 나뉜다.

<출처: 연합뉴스>

1단계는 농기계가 직진 자율 주행만 수행하고 2단계는 농기계가 생성한 작업 경로에 맞춰 운전 조작 없이 직진, 선회, 속도를 컨트롤하면서 자율 주행을 한다. 3단계는 탑승자의 운전과 작업 제어 없이도 농기계가 작업 경로를 추종하면서 자율작업을 수행한다. 4단계는 환경 인식과 인공 지능(AI)으로 작업자 없이도 무인 자율작업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농기계 자율주행 수준은 3단계까지로 올라와 있으며 머지 않아 4단계도 시도할 예정이다. 가능한 이유는 자동차와 다르게 변수가 적고 대응도 정확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구간에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수확을 하는 단순 반복만 하면 된다. 걸리는 장애물도 없어 위험도가 크게 줄어든다. 농업 현장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허수아비만 피해가면 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처럼 자율주행은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영역에서 깊게 다가오고 있다.

물류도 마찬가지다. 트럭 플래투닝이 대표적인데 군집주행(Platooning)을 뜻하는 플래투닝은 자율주행 상용화 부문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며 집중하고 있다. 플래투닝은 2~3대의 트럭이 소대(Platoon)를 이뤄 반(半) 자율주행하는 기술을 뜻한다. 앞 트럭과 약 10~15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뒤 트럭이 자율주행으로 따르는 형태로 물량은 늘리되 비용은 줄이는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출처: 모터 매거진>

게다가 실행 방법도 간단하다. 앞뒤로 트럭이 나란히 주행하는 상태에서 전방 혹은 후방 차가 스티어링에 부착된 플래투닝 요청 버튼을 누르면 다른 차 운전자가 계기판에서 이를 승인하면 된다. 플래투닝으로 연결되면 뒤따르는 차의 계기판에는 활성화 메시지와 함께 속도, 차간 거리가 표시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플래투닝에 집중하는 배경은 운송 부문의 최적화를 이뤄낼 방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두 대의 차가 디지털로 연결돼 동선이 겹치는 일정까지만 같이 운행하다 목적지가 갈라지면 플래투닝을 끊으면 된다. 물론 같은 목적지라면 뒤 차의 운전자가 없을 수도 있다. 게다가 기술 수준은 이미 상용화에 근접했다.

이처럼 자율주행의 접근 가능성은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모빌리티 영역으로 뻗어가는 중이다. 농기계와 상용차의 물류, 운송 등이 성공적인 안착을 이뤄낸다면 정부의 규제와 기술 개발을 향한 기업의 의지, 소비자 인식 등 큰 틀에서 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승용의 영역까지 자율주행이 다가올 것이다.

<출처: 존디어(John Deere)>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동의 혁명은 언제나 먹고 사는 문제에서부터 발전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마부를 고용하고 다녔던 사치품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마차시대가 가장 마지막으로 저물었고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자동차의 첫 사용은 농장용 트럭 및 트렉터와 같은 농기계였다. 이후 승용으로 넘어와 사치품으로서 답습을 이어나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변화는 또 다시 곡물 생산과 물류, 이동과 같은 영역에서 제일 먼저 적용될 예정이다.

인간의 기술 발전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고 이를 적용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새 기준을 만드는 과정과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일, 그리고 보편화까지의 단계에서 충돌하고 방향을 못 잡고 있다면 과거의 경험을 반추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전 이동수단의 과도기 시절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어떤 부분에 먼저 집중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빌리티는 이렇게 또 한걸음 나아가고 있으며 핵심 수단이 될 자율주행 역시 청신호를 켜며 희망을 가져본다.

칼럼니스트: 김성환 <오토타임즈> 기자
“세상의 모든 탈것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자동차 저널리스트”

  • 전 탑기어코리아 에디터
  • 전 에보코리아 에디터
  • 현 오토타임즈 취재 팀장
  • 현 KBS, MBC, TBN 등 라디오 고정출연
  • 현 다수 자동차 브랜드 매거진 글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