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김동진 기자
근로자를 도와 위험한 작업을 대신 수행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협동로봇이 자동차 업계 효율 제고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나사를 조립·해체하고 빠진 부품은 없는지 체크하거나, 무거운 타이어 등을 사람 대신 옮겨주는 방식입니다. 스스로 충전구 위치를 파악해 케이블을 연결한 후 충전하는 협동로봇 기반 전기차 자동 충전 솔루션을 시범 운영하는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노동인구 고령화 및 일손 부족 벌충할 ‘협동로봇’…자동차 업계 효율 제고에도 본격 활용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 인구 부족으로 생산 현장의 효율을 높이고 일손 부족을 벌충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이 가운데 근로자를 도와 위험한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협동로봇은 효율 제고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힙니다. 생산 현장 전면에서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의 로봇 활용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원활한 협업을 위해 더 작고 가벼우면서도 좁은 공간에 설치가 가능하도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더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글로벌 협동로봇 점유율 1위(50%)인 덴마크 기업 ‘유니버설 로봇’의 최신 협동로봇(UR30) 무게는 63.5kg이지만, 가반하중(협동로봇이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은 30kg에 달합니다. 이 제품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245mm에 불과합니다. 작업자들 사이에서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 배경입니다.
실제로 유니버설 로봇의 협동로봇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돼 무거운 타이어를 옮기거나, 나사를 풀고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돕고 있습니다. 검수 장비 카메라를 제품에 부착한 덕분에 나사를 조립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은 없는지 체크도 가능해 불량률을 낮추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참고 동영상: https://youtu.be/KOu9v0-IwRc
협동로봇은 각 관절이 360도 회전하므로, 어떤 작업환경이라도 유연하게 적응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고장이 발생할 경우, 제품 전체가 아닌 수리가 필요한 관절만 뜯어 그 자리에서 대처 가능한 유연성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 2족 보행 로봇 활용 나서
협동로봇이 생산현장에서 효율을 높이자, 자동차 업계가 앞다퉈 도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역시 로봇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사인데요. 이 기업은 미국 로봇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기술 활용에 나섰습니다.
일례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자사 2세대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를 영상으로 공개했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13년부터 개발한 아틀라스는 머리와 몸통, 팔과 다리로 구성됐으며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입니다.
최근 공개한 올 뉴 아틀라스는 유압(높은 압력을 가한 기름)이 아닌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특징을 보입니다. 덕분에 기존 제품보다 중량과 소음을 줄이면서도 더욱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특히 모든 관절을 360도로 자유자재로 꺾으며 움직이므로, 계단을 뛰어올라 사람에게 도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올 뉴 아틀라스를 현대차 차세대 제조 공정에 투입해 생산 효율을 높일 계획을 밝혔습니다.
협동로봇 기반 ‘전기차 자동 충전 솔루션’도 시범 운영 돌입
협동로봇이 전기차 충전구를 스스로 파악해 자동으로 충전하는 시대도 가시권에 들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와 LG전자는 최근 협동로봇 기반 전기차 자동 충전 솔루션을 구축하고 시범 운영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양사가 합동 개발한 전기차 자동 충전 솔루션은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에 LG전자의 100킬로와트(㎾) 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접목해 개발됐습니다.
전기차 운전자가 충전 가능 구역에 차량을 주차하면, 솔루션이 차량 정보를 파악해 시스템으로 전송하면서 충전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후 협동로봇에 탑재한 AI 카메라가 전기차 충전구 위치를 찾으면, 협동로봇이 전기차 충전구에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을 시작합니다. 충전이 끝나면 협동로봇은 다시 케이블에서 충전구를 빼내 원래 자리로 올려놓고, 솔루션의 자동 결제 시스템이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무거운 충전기 케이블을 충전구에 정확하게 꽂아 넣기 위해선 섬세하고 정밀한 제어 기술이 필요한데요.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협동로봇의 6개 관절에 고성능 토크센서를 장착한 덕분에 정밀하게 힘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범 운영을 통해 솔루션을 고도화한 후 상용화 시점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협동로봇은 자동차 업계로 보폭을 넓히며 효율 제고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한 조선 업계의 용접 작업과 많은 양의 상품을 팔레트에 쌓아 올려 고정하는 팔레타이징(Palletizing) 작업, 음식 조리와 방역 소독 등의 분야에서도 맹활약 중입니다. 협동로봇 적용처가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 또한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 달러(약 1조 6300억 원)에서 오는 2030년 99억 달러(약 13조 4400억원)로 8배 이상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 규모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성장세와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연 평균 44.1%씩 성장해 2025년에는 3억 6658달러(약 4070억원) 이상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작았지만, 조선과 식품,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도입처가 확대되면서 점점 더 일상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더 작고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짐을 나를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는 협동로봇이 사람과 힘을 합쳐 어떤 효율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칼럼니스트: IT동아 김동진 기자
IT동아 편집부 소속 취재기자로, 모빌리티 취재를 담당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