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 탐구생활’은 차봇과 함께 ‘더 나은 모빌리티 라이프를 만들어 나가는 크루들의 일과 삶에 대한 도전과 성장 스토리를 담은 인터뷰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차봇의 조직문화를 가꾸는 정원사, 피플팀 황재남 매니저를 만나봅니다. 7년 차 HR 전문가로서 쌓아온 노하우와 통찰을 바탕으로, 차봇에서 어떤 새로운 도전을 펼쳐 나가고 있는지 함께 들어보실까요?
[Career Story]
“입보다 귀를 여는, HR 스페셜리스트”
Q. 반갑습니다, 재남님! 먼저 HR 업무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사실 처음부터 경영학도로서 이 길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였어요. 함께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모두 경영학과로 진학하는 걸 보고, 저도 자연스럽게 같은 길을 선택하게 됐었죠.
주변 친구들은 회계사, 헤드헌터, 사업가 등 각자 구체적인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지금 그 꿈을 이뤄가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반면에 저는 그렇게 확고한 목표가 있진 않았어요. 하지만 열정 넘치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저도 노력하는 삶을 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취업을 자연스럽게 HR쪽으로 배치 받게 되면서 이쪽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좋은 영향 덕에 HR이라는 멋진 직업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올해로 HR 길을 걸어 온지 벌써 7년 차가 되었는데요. 감사한 기회를 얻은 만큼 앞으로도 즐겁게 이 일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
Q. 재남님이 생각하는 HR은 어떠한 업무라 생각하시나요?
처음 HR 업무를 맡았을 때는 HR이라는 게 뭔가 제도를 만들고 그걸 조직에 도입하면, 모든 구성원이 그에 맞춰 움직이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즉, HR은 사람들을 통제하고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본 HR 업무는 많이 달랐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경영지원팀을 흔히 ‘엄마’에 비유했어요. 그게 정말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웃음)
HR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스킨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처음엔 HR이 조직을 통제하고 이끄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HR 업무의 대부분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생기는 일들이더라고요.
업무를 해결하면서 나의 역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근간에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힘든 문제도 관계를 통해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경험들이 많았거든요. 결국 HR은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스킨십 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그 조직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HR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더라고요.
Q. 차봇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년 가을에 육아휴직 중이던 아내가 복직을 준비하면서 저도 육아휴직을 결정했어요.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육아 휴직 동안 제 커리어를 되돌아보고 성찰할 시간이 많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 무렵 차봇에서 일하고 있던 지인에게서 제안을 받았어요. 차봇에 제가 필요한 역할이 있으니 와서 함께 일하자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역량을 증명하고 싶다는 갈증이 생긴 참에 이런 좋은 기회가 온 거죠. 그렇게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물론 고민도 많이 되었어요. 아내와 수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죠. 아내는 제 뜻을 존중해주었고, 덕분에 저는 2달간의 육아휴직을 마무리 지은 후 차봇에 합류했어요.
Q. 본인의 커리어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발견한 본인만의 강점은 무엇이었나요? 또,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키고 싶으신 가요?
사실 제 강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기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이전 회사 대표님이 저에게 긴 카톡 메시지를 보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제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잘 맺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스킨십을 부담 없이 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많은 직원이 절 찾아온다는 걸 느끼셨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점은 HR로서 정말 큰 강점이라고 칭찬해 주셨죠. 제도와 이론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걸 정말 잘한다고요.
이런 칭찬이 저에겐 큰 동기부여가 됐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제 장점을 계속 살리지 못하거나 육아휴직으로 감을 잃어버리게 될까 봐 걱정도 되더라고요. 게다가 평가 기준이 높기로 유명한 대표님에게 이렇게 인정받으니, 오히려 더 빨리 나가서 제 역량을 증명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도 했어요.
앞으로는 제 장점인 ‘사람’에 대한 통찰력과 소통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싶어요. 하지만 동시에 제도 설계나 평가 같은 HR의 하드스킬도 꾸준히 연마하고 싶습니다. 제 단점을 철저히 보완해, HR로서 더욱 단단해지는 게 앞으로의 목표예요.
Q. 차봇과의 첫인상이 궁금한데요. 어떠한 매력에 합류를 결정하게 되셨나요?
‘참 도전적인 사업을 하는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전에 있던 회사는 B2B SaaS 모델로, 데이터 라벨링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이었거든요. 반면 차봇은 그런 기술력 자체를 갖추기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드는 데 주력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처음엔 이 비즈니스 모델이 쉽게 와 닿지 않았어요. 게다가 저 개인적으로는 모빌리티 업계에 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높지 않았던 터라, 회사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특히 중고차 사업도 함께한다는 걸 알고는 순간 ‘어우, 거기는 무서운 사람들 많겠네’라며 괜한 선입견을 품기도 했죠. (웃음)
그리고, 인터뷰 과정에서 차봇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강병희 부대표님과의 컬쳐핏 인터뷰를 하며 그 자리에서 차봇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조직 문화를 가졌는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경영진 마인드가 열려 있다는 걸 강하게 느꼈죠. 그래서 만약 이 회사라면 그동안 고민해 온 HR 철학이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약 없이 시도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Q. 현재 차봇에서 HR 담당자로서 어떠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신가요?
주요하게는 회사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 크루(차봇에서 임직원을 칭하는 호칭)들의 성장과 업무 몰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각 크루들의 개인적인 커리어 발전과도 직결되어 있어서 신중한 의사결정과 책임감이 필요한 직무죠.
세부적으로는 확보, 유지, 평가보상, 개발(교육)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확보’는 회사의 경영환경과 전략을 고려하여 최적의 조직 구조와 인력 운영을 지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재를 채용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을 포함하고요.
‘유지, 평가보상, 개발’은 크루들의 업무 수행과 커리어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HR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걸 말합니다. 평가체계와 공정한 보상, 경력개발(CDP), 리텐션 프로그램 등을 포함하고요. 공정한 보상과 성장 기회를 통해 크루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라 할 수 있죠.
Q. 여러 HR 업무 중 재남님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문은 무엇인가요?
저는 다른 HR 업무도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채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채용 과정을 거쳐 새로운 크루가 입사하고, 그 크루가 수습 기간을 보내는 초기 경험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특히 채용 과정에서도 ‘모집’과 ‘평가’ 부분이 핵심이에요. 우선 모집 단계에서는 우리 회사에 대한 이미지와 가치를 명확히 각인 시켜야 해요. 어떤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지, 회사의 문화와 비전이 무엇인지를 채용 공고에 잘 녹여내는 게 관건입니다.
그렇게 모집된 지원자들을 평가할 때는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흔들림 없이 관철하는 게 중요해요. 어떤 역량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뽑을 것인지에 대해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실제로 저는 이전 회사에서 HR 리드를 채용할 때 명확하게 마음에 드는 후보를 만나기까지 무려 6개월이 걸린 적도 있어요.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바로 사람이기에 조건을 타협해 채용하게 되면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더라고요. 또, 채용은 단순히 빈자리를 메우는 게 아니라 조직의 방향성과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인재를 찾는 일이기에 조급해 하지 않고 맞는 사람을 끝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HR 담당자로서 주의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HR 업무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편견에 사로잡히기 쉬운 것 같아요.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위치다 보니 자칫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을 갖게 될 때가 있거든요.
팀 리더나 크루들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고 하지만, 사실 자기 관점에서 바라본 관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크루들의 의견을 경청할 때도 편향된 시각으로 얘기하는 경우를 종종 마주치게 되죠. 그래서 저는 특정 개인이나 사안에 대한 선입견을 품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편이에요. 한쪽의 입장만 듣고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늘 경계하고 있습니다.
Q. 일을 할 때 주로 어떠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끼시나요?
흔히들 HR의 고객은 직원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직원’이라는 범주 안에는 각기 다른 니즈를 가진 다양한 층위의 구성원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또, 조직의 규모나 상황에 따라서도 HR에 바라는 바가 천차만별이에요. 안정기의 체계적인 조직이냐, 신사업을 모색하는 역동적인 조직이냐에 따라서도 HR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판이하게 달라지곤 하고요. 이렇게 제각각인 구성원과 조직의 목소리를 담아내되 HR로서의 일관된 정책과 가치관을 세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아요. 게다가 업무 추진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속출하기 일쑤고요. 그럼에도 HR은 최대한 많은 변수를 제거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합의점을 찾아가야만 하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저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우선 뭐든 한 번에 끝내려 들지 않아요. 예로, 만약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 연봉 협상 등의 간극이 있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일단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고, 그 위에서 숙고하는 과정을 반복해요. 논의 끝에 조금이라도 마음의 문이 열리면, 거기서 실마리를 찾아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죠. 서로 양보 불가능한 지점과 타협 가능한 지점을 가려내면서, 한 발짝씩 접점을 만들어가는 거예요.
또, 조급해하지 않으려 해요.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 자체가 풀어가는 실마리가 된다고 믿거든요.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만만치 않아요. 때로는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어려운 문제도 있고요.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고민들이 HR 담당자로서의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그 과정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현재도 성장 중이고요.
[Work story]
“차봇의 성장을 지키는 ’조직문화 수호자’”
Q. 차봇에서 어떠한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계신가요?
차봇의 HR 담당자로 합류하며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세웠어요.
첫째는 ‘리더십 역량’을 기르는 것이고, 둘째는 ‘조직문화의 수호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거예요. 이 두 가지를 합치면 “리더십 역량을 갖춘 차봇만의 조직문화 수호자”가 제 지향점이 되겠네요.
제가 그리는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은 늘 한발 앞서 크루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살피고, 그들이 저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고 격려하는 사람이에요. 크루 개개인의 성장과 커리어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죠.
제가 닮고 싶은 리더는 링크드인에서 활동하시는 백종화 코치예요. 그분은 정말 사람을 끄는 매력적인 리더십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예전부터 백종화 코치의 블로그를 꾸준히 읽어왔는데,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결코 그 일에만 국한하지 않고, 상대방의 개인적 커리어나 고민까지 함께 짚어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리더란 조직의 방향성 제시 뿐 아니라 크루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어야 함을 깨달았죠. 무엇보다 백코치님의 언제나 여유롭고 조급하지 않은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리더십을 향상시켜 저도, 크루분들도, 차봇도 함께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
Q. 조직문화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문화를 추구하시나요?
높은 인재 밀도로 갖추고, 구성원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자율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조직 내에 유능한 인재들을 모으는 것, 그리고 그들이 저마다의 재능과 열정을 십분 발휘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제가 차봇에서 풀어내고 싶은 숙제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전에 경험했던 조직에서는 ‘잡담’을 정말 많이 나누는 문화가 있었어요. 회사 차원에서도 구성원 간의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이나 제도를 마련해서 지원했고요. 예로, 점심시간을 1시간 반으로 넉넉히 주고, 식사 후엔 티타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곤 했죠. 날씨가 좋은 날엔 슬랙으로 야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도 하고요. 뭔가 회사 분위기 자체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이었달까요.
‘잡담’은 동료와 교감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라고 생각해요. 잡담이야말로 회사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아주 쓸모 있는 기술이지 않을까 싶어요. 차봇에서 크루들이 잡담을 통해 즐겁게 소통하고 교류할수록 업무 몰입도와 성과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라 예상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잡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구상해 본 아이디어로는 반려동물 관련 채널을 개설하는 것이에요. 차봇에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정보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가령 채널톡에 반려동물 관련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별도 채널을 개설하는 거죠. 관심사가 비슷한 크루들끼리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현재 먼저 피플팀부터 잡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이 전사로 퍼져 차차 차봇 크루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잡담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Q. 진행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회사 내 규칙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제가 속한 팀이나 부대표님과 의논해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각 팀의 크루들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 제도를 필요로 하고 또 적용받는 건 크루들이잖아요. 그들이 겪는 불편함이나 개선 사항에 대해선 HR인 제가 아무리 고민해도 당사자만큼 잘 알 수 없을 거예요.
물론 복지제도처럼 민감한 사안은 직원들과 함께 논의하긴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회의 문화 개선이나 업무 에티켓 같은 사소한 규칙들은 충분히 크루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본인만의 업무 노하우가 있다면 공개해주세요!
첫번째는 협업 툴을 활용하는 것이에요.
보통 분기, 월, 주 단위로 어떤 업무를 어떤 순서로 추진할지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데요. 특히 다양한 이슈들을 빠짐없이 추적하고 팀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협업 툴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클릭업(ClickUp)’을 주로 사용했어요. 무료 버전에서도 업무에 충분한 기능들을 제공해줘서 능률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어요. UI도 직관적이고 심플해서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두번째는 To Do 리스트를 적는 것이에요. To Do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문장으로 써내려 가려고 노력해요. 한동안 뒤로 미뤄뒀다가 나중에 해당 업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 모호한 문구 때문에 힘을 빼지 않도록 하려는 거죠. 이때 포스트잇을 활용하면 좋아요. 저는 할 일들을 포스트잇 여러 장에 적어서 책상에 붙여두곤 하거든요.
처음엔 ‘서류 결재하기’, ‘회의 참석하기’, ‘기획안 작성하기’ 같이 큼직한 카테고리로 적어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세부 태스크가 추가될 때마다 기존 포스트잇 아래로 새로운 포스트잇을 붙이는 식이에요. 덕분에 할 일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진행 상황 파악이 쉽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정확한 정보 공유’입니다. 팀의 목표가 분명해지려면 우선 팀 간의 정보 공유부터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와 동떨어진 산출물이 나오고, 업무에 드는 시간도 늘어나요. 그래서 최대한 회의록을 잘 정리해 참여자들과 정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회의록은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절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Q. HR 담당자의 눈으로 본 ‘일잘러’의 기준이 궁금해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일잘러는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단번에 캐치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 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는 걸 느낄 수 있죠.
만약 저 스스로에게 일잘러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5점 정도라고 생각해요.(웃음) 아직 상대의 속내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또, 짧은 대화 안에서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짚어내려면 평소 그 사람과 두터운 관계를 쌓아야 하기도 하고요. 일상의 잡담을 통해 서로의 성향과 맥락을 두루 이해하고 있어야,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상대의 니즈를 재빨리 파악할 수 있는 거죠. 배경지식이 풍부할수록 업무 소통도 훨씬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러한 관계형성을 위해 무엇보다 경청하려고 해요. 상대의 말을 더 깊이, 더 오래 들어주는 거죠. 그리고 대화 도중 상대의 말을 종종 요약합니다. “아,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시군요.”하는 식으로요. 일종의 쿠션 멘트 같은 건데, 덕분에 상대도 제가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죠. 결국, 진심으로 공감한다는 태도를 보여 소통을 이끌어 가는 것이 일잘러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겠네요.
Q. 그렇다면, HR 담당자로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동료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상적인 동료에 대한 2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째는 유연한 사고방식과 빠른 적응력을 갖춘 사람, 둘째는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업무 환경에서 이 두 가지 역량은 정말 큰 자산이 된다고 봐요. 특히 차봇과 같은 스타트업에서는 더더욱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바가 컸어요. 의사결정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잖아요. 매 순간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고,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런 상황일수록 유연한 사고로 기민하게 대처하는 동료들이 빛을 발하더라고요. 사람들을 잘 이끌고 모으는 능력도 돋보이고요. 덕분에 팀워크가 제대로 발휘되는 걸 느꼈습니다.
또 스타트업은 대개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그럼에도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지키는 동료들이 업무에도 더 잘 몰입할 수 있다는 걸 실제 사례를 보며 깨달았어요.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잘 쉬면서 충전된 에너지로 다시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일과 삶에 선순환이 일어나더라고요.
추가적으로는,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민첩하게 대응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동료. 어쩔 수 없는 이슈에 부딪혀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헤쳐 나가는 동료와 함께 라면 관계에서도 조직에서도 큰 시너지를 발휘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위 기준에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생각하세요?
제 스스로에게는 100점 만점에 70점을 주고 싶어요. 평균 이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부족한 면도 많죠. 특히 유연한 사고가 좀 부족해요.
그리고 저도 일과 개인 생활을 제대로 분리하지 않고는 하죠.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일은 주말에 몰아서 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금요일 퇴근 후부터 토요일 오전까지는 어김없이 업무 모드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더 보완해야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동료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Life Story]
“화사한 장미보다 수수한 안개꽃처럼 편안함을 주는 사람”
Q.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과 실패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경험이 본인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나요?
제 인생 최대의 도전은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아 가기로 마음먹은 거예요.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 나도 모르게 무기력해지고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거든요. 특히 첫 직장의 경우 수직적인 분위기가 심했어요. 어떻게 보면 안정적이긴 했죠. 출근하면 별 이슈 없이 퇴근 시간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HR로서 생각해 보면 회사에 이슈가 많아야 경험도 쌓이고 경력을 연결하기가 수월해요. 매일 똑같은 루틴만 반복하다 보면 경력은 제자리인데 연차만 쌓일 것 같은 두려움이 컸어요. 특히 HR 스터디 모임에 나가보니 그 점을 더 실감했죠. 같은 연차인데 내 경험치가 좀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과감히 스타트업에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적응이 만만치 않았어요. 회사만의 용어, 의사결정 구조, 정보 공유 방식 등을 알려주는 이 없이 스스로 부딪히며 익혀야 했죠. 후회도 많이 했고, 눈물을 글썽인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그 과정이 진짜 ‘내 것’이 되는 경험이더라고요. 동료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고요. 누군가 시킨 일을 하는 것과 내가 주도해서 일을 만들어가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면서 크게 체감하게 되었어요. 특히, 성취감이나 몰입도 측면에서요. 그리고 이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기쁨이자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혜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혼자 조용히 일할 때 행복을 느껴요.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서 제가 치는 키보드 소리만 들릴 때요. 그 소리가 마치 저를 응원하는 것 같아서 힘이 나요. 물론 그렇다고 너무 늦게까지 일하진 않아요. (웃음) 또, 혼자서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할 때도 행복감을 느끼고요.
제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결국 내가 많이 쓰임 받고, 존재감을 느낄 때 오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동료들이 날 자주 찾아주는 것이 이러한 행복의 예시라 할 수 있죠.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행복의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Q. 에너지 충전을 위해 즐기시는 취미는 무엇인가요?
여유로운 날마다 어디든 걸어 다니려고 해요. 집 근처 탄천을 따라 산책하기도 하고, 동네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기도 해요.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잊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머리가 맑아지더라고요.
또 가끔 코인노래방에 혼자 가요. 노래 실력은 별로지만요. (웃음) 마음껏 노래 부르고 나면 쌓인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 버리거든요.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Q. 10년 후의 본인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나요?
먼저 첫 번째로는 제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용기를 북돋워 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해요. 저는 원래 내향적인 성향이라 앞으로도 많은 시련이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옆에서 잘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주는 분들이 있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예로 먼저 아내가 떠오릅니다. 힘들 때 늘 응원해주고 기운을 북돋워 주거든요. 또 다른 이로는 함께 스터디하는 친구가 생각나네요. 제 고민을 잘 들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거든요.
두 번째로는 운동하는 습관이 꼭 들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을 잘 안 하는데, 10년 뒤에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통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서 업무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거든요. 10년 후에는 글쓰기로 감정을 잘 다스리고 정리할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이 되었으면 해요.
Q. 인생에서 기억되고 싶은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수수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꽃인 안개꽃처럼요. 화려한 장미 옆에서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장미를 더 빛나게 해주는 꽃이죠.
앞서 조직문화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지만, 그 ‘수호자’가 거창하고 확 드러나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 가슴에 조용히,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게 진짜 영향력이라고 믿거든요. 저도 그런 식으로 누군가의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고 도움을 주고, 저로 인해 그 사람이 더 주목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주변인들로부터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일을 하는 이유, 즉 일에 대한 WHY는 제 존재를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제가 지금 이 자리, 차봇에 있는 이유가 분명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이런 일을 하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 답을 찾는 일련의 여정 자체가 일의 의미인 셈이죠. 차봇에서도 그 의미를 찾아가고 있고, 정답은 없기에 지혜롭게 해답을 찾아가고자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