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IT동아 김동진 기자

최근 전기차 캐즘(Chasm, 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기차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35년쯤 이차전지 시장이 올해 대비 5.6배 커지는 동시에 전기차 시장 규모가 750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기차 7500만대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8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전기차 시대가 멀지 않은 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대부분 주차 벽면에 사람 키 높이에 맞춰 배치한 고정형 전기차 충전기는 대표적으로 개선해야 할 전기차 인프라인데요. 이 가운데 정부가 교통 약자와 충전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사업 공고를 내 주목받습니다.

환경부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 위탁운영 사업자 공모’…찾아가는 전기차 충전 시대 앞당긴다

환경부는 올해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 위탁운영 사업을 위해 총 300억원 규모 예산을 편성하고, 한국자동차환경협회를 통해 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최근에는 사업설명회를 마치고 6월 18일까지 사업 제안서를 접수한 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이동형 전기차 충전서비스 위탁운영 사업사 선정 공모 제안요청서 내용 / 출처=한국자동차환경협회>

환경부는 위탁 사업을 통해 1톤 전기트럭 200대와 11톤 수소트럭 3대에 50kWh~100kWh 용량의 배터리, 50kW~100kW급 충전기를 결합한 이동형 전기차 충전시설을 올해 안에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가 구축한 이동형 전기차 충전시설은 충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주로 활용됩니다. 구체적으로 ▲충전 수요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요기반형 비즈니스 모델’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을 포함한 노후주택, 아파트 등 거주지를 대상으로 주 2회~3회 간격으로 찾아가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정기구독형 비즈니스 모델’ ▲잦은 침수가 발생해 고정형 충전기 설치가 어려운 한강공원 또는 사용량이 급증하는 명절 연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임시로 이동형 충전기를 추가 배치하는 형태의 ‘임시팝업형 비즈니스 모델’로 나뉘어 활용될 전망입니다.

환경부는 실제로 지난 설 연휴, 10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를 배치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kW씩 무료로 충전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옥산휴게소에서 운영된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 출처=환경부>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의 가장 큰 장점은 찾아가는 서비스가 가능한 유연성입니다.

기존 전기차 충전소는 운전자가 직접 차를 몰고 방문해야 하는 데다가 대부분 완속 충전기가 배치된 경우가 많아 장시간 대기시간으로 교통약자의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사람 키 높이에 맞춰 주차 벽면에 배치된 무거운 충전구로 인한 제약 또한 뒤따릅니다.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는 앱이나 전화로 예약하면, 교통 약자가 요청한 시간과 장소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 차량이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해당 차량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늘고 있어 교통 약자의 전기차 이용 불편을 크게 개선할 기술로 꼽힙니다.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 출처=에너캠프>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보급 확대를 위한 환경부 위탁운영 사업과 더불어 안전한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사용을 위한 기술지원 사업도 전개되고 있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새로운 융복합 제품의 안전한 시장 출시를 돕기 위해 ‘융복합·신기술 제품안전 기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9개 과제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의 안전잠금 기능에 대한 세부적인 시험방법을 안내할 가이드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또 지난 3월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한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도 KC 인증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ESS 기반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는 최근 캠핑장에서 주로 쓰이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크게 늘었는데요.

국가기술표준원은 중대형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이 위험 상황으로 중단됐을 때 사용자가 임의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시스템 잠금 기능과 함께 제조사가 ESS를 구성하는 개별 전지의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도 갖추도록 의무화하면서 안전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살펴본 것처럼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벌충할 뿐만 아니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캠핑 지역으로 이동해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통 약자를 위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닙니다.

과거에는 전기차 보급이 충분하지 않아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 확대되지 못했는데요. 이제는 정부 추진 사업과 함께 안전 관련 인증도 추진되고 있어 관련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기대됩니다.

칼럼니스트 소개

IT동아 김동진 기자
IT동아 편집부 소속 취재기자로, 모빌리티 취재를 담당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