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자동차 판매 시장의 변천사

자동차 매매 시장의 역사는 19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 자동차는 고가의 사치품으로 인식돼 부유층과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제조사나 전문 대리점에 소비자가 직접 방문해 주문하거나, 지인의 소개로 거래를 성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50년대 들어 포드가 혁신적인 생산 라인을 도입하며 자동차 시장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량생산으로 단가를 낮춘 덕분에 이제 자동차는 서서히 대중의 발길이 닿는 곳으로 향했다. 판매전략 역시 다양하게 바뀌었다. 방송매체가 발달하면서 자동차 광고가 활발해졌고, 소비자 인식 속에 자동차는 점점 더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또 리스, 렌트 등 각종 금융 옵션이 도입되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열리면서 누구나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바뀌었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자동차 모델의 정보와 가격을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0년대 접어들며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은 다시금 변화를 맞이한다. 온라인 자동차 판매 플랫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중고차는 물론 신차 거래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속속 등장하며 시장의 크기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이제 소비자가 자동차 전시장에 시간을 들여 발걸음을 하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고르고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에 더 나아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가상현실(VR)이나 확장현실(AR)과 같은 기술을 도입하며 온라인 구매 경험을 한층 더 진화 시키고 있다. 이른바 ‘오토커머스 시대’의 개막이라 할 수 있다.

연 평균 9.6% 고속 성장하는 글로벌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

소비자들의 비대면 구매 선호 경향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 업체 IMARC가 2023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온라인 자동차 구매 시장은 2023년 약 3,26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32년까지 약 7,542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성장률(CAGR)은 9.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온라인 차량 판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세의 선두는 북미 지역이다. 미국에서는 카바나(Carvana), 브룸(Vroom), 오토네이션(AutoNation)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비대면 딜리버리 서비스 등 편리한 구매 프로세스와 다양한 금융 옵션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미국의 중고차 온라인 판매 비중은 2025년 1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또, ‘Carvana’의 경우 지난해 매출 5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Vroom’ 역시 전년 대비 35% 이상 고속 성장 중이다.

쟁쟁한 명차 브랜드를 보유한 유럽 역시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유럽은 독일,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카주(Cazoo), 독일의 위어카우프데인아우(Wirkaufendeinauto)등의 플랫폼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투명한 가격 정책과 품질 보증 서비스로 신뢰를 쌓아가며 온라인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McKinsey & Company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체 차량 구매 고객 중 3% 미만이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하고 있지만, 다음 차량 구매 시에는 이보다 약 10배 높은 29% 고객이 온라인 채널을 이용할 것임을 밝혀 온라인 차량 구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아시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를 보유한 한국, 중국, 일본을 필두로 온라인 판매 채널이 차세대 자동차 판매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미국과 1, 2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에서는 과즈(Guazi), 런런처(Renrenche), 우신그룹(Uxin Group)과 같은 중고차 온라인 거래 플랫폼과 알리바바의 Tmall과 JD.com이 폭넓은 상품 라인업과 금융 옵션, 빠른 배송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맞물리며 중국의 온라인 자동차 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일본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전시장과의 협업을 통한 온라인 판매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주요 플랫폼으로는 카센서(Carsensor), 구넷(Goo-net), 쿠루마에라비(Kurumaerabi)이 있으며, 품질과 신뢰를 우선시하는 일본 소비자들은 특성을 고려해 이들은 방대한 DB와 엄격한 검수로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대장주로 자리잡고 오토커머스

우리나라의 지난해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 규모는 1조 원(약 8억 달러)을 넘어섰다. 이어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24년 5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자동차 및 자동차 용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5,3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나 상승했다. 이는 전체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증가율로, 지난해 4분기 이후 매달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 온라인 거래는 크게 두 방식으로 나뉜다. 첫째로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직접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자사 모델을 판매하는 경우다. D2C모델로서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신차 모델의 온라인 출시와 동시에 디지털 쇼룸과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선보이며 매매 과정을 간소화 하여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또, 올 초에는 인증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며 온라인 가상전시장을 중심으로 온라인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판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를 거래하는 중개 매매 형태이다. 대표적으로 운전자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차봇모빌리티의 ‘차봇 내 차 구매’ 서비스가 있다.

차봇의 차별성은 구매과정의 간소화를 통한 높은 편의성을 들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시간과 돈을 절약해 경제적 효용성을 높인다. 현재 차봇에서 제공하고 있는 차량 구매 서비스는 ‘비교 견적’과 ‘즉시 출고’ 2가지 형태다. 이용자는 ‘비교 견적’ 서비스로 여러 딜러를 일일이 찾아갈 필요 없이 앱에서 실시간으로 견적을 받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금융 및 부가 서비스 혜택까지 고려해 본인에게 맞는 최적의 조건을 골라 차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즉시 출고’ 역시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했다. 해당 서비스는 리스, 렌탈 전문 상품으로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인기 차종 역시 상담 신청 후 빠르면 5일 내로 받아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차량 구매 시 필수인 보험 가입과 차량 정비, 세차, AI수리 견적 등 종합 차량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봇’ 하나로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러한 차봇의 간편한 원스톱 서비스에 소비자들 역시 높은 만족도를 드러내고 있다. 22년 말 앱 출시 이후 누적 사용자는 53만 이상을 달성했으며, 내 차 구매 견적 신청 건수 역시 출시 이후 매월 평균 190% 이상 상승하며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의 부흥, 혁신은 필요에 의해 일어난다.

앞으로 자동차 구매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차를 비교하고 구매하는 데에 익숙한 MZ세대가 구매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서비스 및 기술 제공 기업인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에 따르면 자동차의 전체 구매 과정을 온라인으로 완료할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가 무려 60%를 넘었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업계에서도 AI 기반 예측 분석, 고급 VR, 블록체인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한편, 이런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의 부흥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도 재조명 받고 있다. 기존의 대면 판매 방식이 지닌 장점과 디지털 경험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형 딜러십 모델로의 전환도 속속 논의되고 있다. 자동차 판매 시장의 디지털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속화되고 있다.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역동적인 트렌드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지형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