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모빌리티 스토리텔러 ‘모비우스’
도시 교통의 새로운 패러다임: 혁신적 이동수단의 등장과 과제
교통의 발전은 인류 문명의 발전과 그 궤를 함께해왔습니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은 철도를 통해 대량 운송의 시대를 열었고, 20세기 초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며 도시 구조와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특히 1950년대 이후 한국의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지하철과 버스로 대표되는 대중교통 체계는 도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대중교통 체계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문제와 같은 근본적 한계를 노출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지하철은 하루 평균 약 700만 명이 이용하는 핵심 교통수단이지만, 역사까지의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인구 밀도가 낮은 교외 지역이나 심야 시간대의 교통 서비스 공백은 사회적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 교통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새로운 형태의 교통수단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인공지능 기반의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 그리고 중량전철과 버스의 장점을 결합한 경전철이 그 예입니다. 2020년 기준 서울시에서만 PM 이용 건수가 월 평균 200만 건을 넘어섰으며, 세종시의 ‘DRT 셔클’은 총 통행시간 17.9분으로 버스 평균 통행시간 28.8분과 비교하여 37.7% 단축시키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교통수단들은 과연 도시 교통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요? 또한 이들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특히 전동킥보드 사고가 5년새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나, 의정부 경전철의 지속적인 적자 운영 사례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이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도시 교통체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혁신적 교통수단들은 기존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도시 생활의 질적 향상을 약속하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제들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도시 교통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이러한 새로운 교통수단이 사회에 혹은 도시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모빌리티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교통 서비스
1) 킥보드, 전기자전거
킥보드(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는 마이크로 모빌리티(PM)의 대표적인 예시로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대중화된 개인형 이동 수단입니다. 이들은 단거리 이동에 효과적이며, 환경 친화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킥보드와 전기자전가는 라스트마일 문제, 대중교통과 목적지 사이의 단거리 이동을 해결해 주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률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환경 친화적 이동 수단으로 전기를 사용하여 온실가스 배출이 적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PM으로 연간 약 75만 톤의 온실가스 감소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도시 교통 해결하는 역할로, 인구 밀도가 낮아 대중교통망 구축이 어려운 중소도시에서 개인 교통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교통 수요를 분산시키기도 합니다. 서울시의 “따릉이” 경우 단거리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기권 비중을 통해 여가용 보다는 교통수단으로 활용됨을 간접적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기권 이용 비중은 2020년 74.8%, 2021년 77.9%, 2022년 80.3%로 늘었으며, 2023년 1월은 전체 대여(157만 건) 중 88.3%를 정기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킥보드와 전기자전거는 이동 수단으로 교통의 효용성을 높여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러 불편사항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문제로 안전문제와, 주차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안전 문제는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무분별한 이용으로 인한 안전사고로 이야기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8년 225건에서 2022년 2,386건으로 5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사망자 수도 같은 기간 4명에서 26명으로 6.5배 늘었습니다. 이는 안전장비 미착용 및 과속 및 난폭 운전, 음주 후 PM을 이용, 2인 이상 탑승으로 인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차 문제로 아무 곳에나 주차되는 PM으로 인해 보행자의 안전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습니다. 많은 이용자들이 PM을 보도 위에 무단으로 방치하여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하고, 일부 이용자들은 PM을 차도에 주차하여 교통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의 경우, 2023년 9월 기준 191개의 PM 주차구역을 설치했지만, 이는 전체 공유 킥보드의 4.1%만 수용 가능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불편 사항 이외에도 기존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킥보드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킥보드 수가 택시 수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는 단거리 이동 수요를 놓고 택시 업계와 킥보드 공유 업체 간의 경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택시 업계는 엄격한 규제를 받는 반면, 킥보드 공유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하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면허 확인 의무나 사고 책임에 대한 법적 규제가 미비한 점이 지적되고 있기도 합니다.
PM은 현대 도시 교통 체계에 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급속한 확산으로 안전사고 증가와 무질서한 주차 문제 등 새로운 도시 문제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M의 성공적인 정착은 기술 혁신, 정책적 지원, 그리고 시민 의식의 성숙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이며, 이는 우리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수용응답 서비스 (DRT)
수요응답형 교통(Demand Responsive Transport, DRT)은 고정 노선 없이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운행하는 유연한 대중교통 서비스입니다. 국내 DRT서비스의 시발점은 2009년 전남 나주시와 충남 아산시에서 벽오지 농촌주민들을 위한 ‘마을 택시’에 착안하여, 유사한 개념의 서비스인 ‘마중택시 및 버스’를 시범운행(`12년)을 하였으나 법적문제로 서비스가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2012-2016년 「제2차 대중교통 기본계획」에서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제시를 시작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2015년 국토교통부 「지역수요 맞춤지역사업」을 통해 전라남도 완도군, 경상북도 영양군 등 5개 지역에 DRT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DRT 서비스는 처음 시작 시 의도되었던 것과 같이 대중교통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주민들의 이동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동의 불편은 사회적 고립이나 경제 활동 축소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즉 최소한의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적절히 제공되어야 하는 기본권으로 DRT 서비스는 이를 보장해 주는 꼭 필요한 서비스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2020년대 이후, DRT 서비스는 농어촌 지역을 벗어나, 도시 지역까지 확대되어 제공되고 있습니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 버스나 지하철 등 기존 대중교통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지역이 존재합니다. 또한 도시 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을 때, 기존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될 경우, 대기 시간이나, 복잡한 고객의 수요를 즉시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3기 신도시와 같은 새로운 도시 개발 지역의 초기 대중교통 부족 현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도시 내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DRT가 적절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종시에서 2021년부터 운영 중인 ‘셔클’ 서비스는 도심형 DRT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서비스는 대중교통 대비 통행시간을 35.6% 단축시키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도보시간(56.8%)과 대기시간(55.9%) 감소에 큰 기여를 했으며, 중고밀 주거지역, BRT 정류장, 상업지역, 학교, 직장, 종합병원 등에서 빈번한 이용이 발생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 파주시 ‘똑버스’ 서비스가 있습니다. 2021년 12월부터 파주시 운정·교하지구에서 시작된 ‘똑버스’ 서비스는 경기도에서 최초로 도입된 AI 기반 DRT 시스템입니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최적 경로를 생성하고 운영하며,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을 강화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 감소와 보조금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RT 도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노선 대체형, 출퇴근 맞춤형, 심야버스 연계형 등 세 가지 유형의 DRT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운영 효율성과 서비스 수준을 동시에 개선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서비스 도입 의도를 고려,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는 서비스가 운영됨에 운영 비용이 수요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서울시 은평구에서 제공되었던 셔클 DRT 서비스는 2021년 3월부터 정식 운행을 시작하였으나, 운송 실적이 좋지 않아 2022년 4월 13일부로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 중단은 이미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주민들에게 불만과 혁신적 교통 서비스에 대한 신뢰 하락시켜, 향후 유사한 서비스 도입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단거리 이동 옵션이 줄어들어 교통 접근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교통 사각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범죄의 증가를 우려할 수 있습니다. 실제, 셔클 서비스 종료 이후,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대한 청소년, 부녀자들의 밤길을 우려하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DRT 서비스는 사회적 불편, 이동의 기본권을 충족시키고자 도입되었으나, 서비스를 이용함에 예약 시스템의 한계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이 제공되지 않는 지역의 중요한 이용자로 노인층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노인층은 해당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DRT 서비스는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이동권을 보장하는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 운영 비용, 디지털 격차 등의 문제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향후 DRT 서비스의 발전 방향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개발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이는 우리 사회의 교통 체계와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경전철
경전철(Light Rail Transit, LRT)은 중량전철(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규모 수송 능력을 가진 철도 시스템입니다. 일반적으로 지하철보다 작은 차량을 사용하며, 지상이나 고가, 또는 지하에서 운행되며, 중소도시 간 연결이나 대도시 내부에서 교통 수요를 담당하게 됩니다. 국내에는 의정부 경전철이나 부산-김해 경전철 및 서울의 신림선 경전철이 대표적인 사례로, 의정부 경전철은 2012년, 11.1km 길이로 개통되었고, 부산-김해 경전철은 2011년 23.9km 구간으로 그리고 신림선 경전철은 샛강역에서 관악산역을 연결하는 7.76km로 2022년 서울 도시 철도 최초로 개통되었습니다.
경전철은 보통 교통 접근성 향상을 위해 건설되며, 기존 대중교통 체계를 보완하여 도시 내 이동성을 개선합니다. 또한 환경 친화적 이동 수단으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여 대기오염 저감에 기여합니다. 또한 경전철 노선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개발이 이루어져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지하철에 비해 건설 비용이 50-60% 정도 저렴하여 재정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하지만,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실제 의정부 경전철을 비롯한 다수의 경전철은 실제 이용객 수가 예측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운영 초기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매년 수십 억에서 수 백억 원의 지방 예산이 지원되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은 사업 초기 경전철 노선이 기존 교통 체계와의 중복됨으로 기존 버스 노선의 폐지 및 조정이 필요했지만, 지역 주민의 민원을 우려하여 적극적인 조정을 하지 않음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경전철은 도시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았으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향후 경전철 사업 추진 시에는 더욱 정밀한 수요 예측과 경제성 분석, 그리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교통수단 개발 시 고려사항
새로운 교통수단의 성공적 도입과 정착을 위해서는 기존 교통 체계와의 조화로운 통합이 핵심적입니다. PM, DRT, 경전철과 같은 혁신적 교통수단들은 각각 도시 교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무분별한 도입은 오히려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규 교통수단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교통 수단 간 연계성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환승 체계 구축, 통합 요금제 도입, 실시간 운행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여러 교통수단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라스트마일 해결을 위한 PM과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계, DRT 서비스와 지하철·버스 노선 간의 효율적 환승 체계 구축이 중요합니다.
둘째, 지역별 특성과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도입 전략이 필요합니다. 도심, 외곽, 신도시 등 지역별로 상이한 교통 수요와 인프라 환경을 고려하여 적합한 교통수단을 선택하고,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밀한 수요 예측과 경제성 분석을 통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포용적인 서비스 설계가 요구됩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대안적 이용 방식 제공,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개선, 안전 규정 마련 등을 통해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새로운 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시민들의 이용 패턴과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지원과 시민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교통수단의 안전한 운영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 적정 수준의 재정 지원, 그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특히 주차 문제나 안전 문제와 같은 사회적 갈등 요인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교통 수단들은 기존 체계와 상생하며 도시 교통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이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모빌리티 스토리텔러 ‘모비우스’
항공, 자동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 산업에서 일을 해왔으며, 현재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기획과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학회지, 네이버 등에서 모빌리티 관련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비즈니스와 서비스 분석을 통해 유익하고 다양한 모빌리티 소식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