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영 크루의 도전기
‘스타트업(start-up)’이라고 하면 ‘도전’, ‘새로움’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는데요. 사실 스타트업을 한두 개의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4~5명의 소규모 인원으로 꾸려진 신생 스타트업부터 무섭게 성장한 유니콘 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기업이 스타트업에 포함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구성원들이 으레 공유하는 몇 가지 ‘마음가짐’이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기존의 규칙과 관습을 깨부수는 저항정신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함과 실험정신 등이 바로 그 마음가짐이죠.
그렇다면 오늘의 ‘차봇’은 어떨까요?
차봇과 함께하는 내일의 꿈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는 크루들의 가슴 속에도 이런 ‘마음가짐’이 숨어 있어요. 다만, 지금까지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래서 차봇에서는 지금까지 잠들어 있던 차봇 크루들의 용감한 실험정신을 일깨우는 ‘슈퍼패스 제도’를 도입했답니다. 차봇에 새롭게 등장한 슈퍼패스 제도란 과연 무엇일까요? 슈퍼패스 제도의 첫 번째 제안자, O2O서비스팀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윤영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Q. 차봇에 새롭게 도입된 제도, ‘슈퍼패스’의 첫 번째 제안자가 되셨다고 들었는데요. 슈퍼패스란 어떤 제도인가요?
슈퍼패스는 매니저 크루들이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예요. 신규 프로젝트나 개선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업무 진행 중에 예상치 못하게 발생했던 미진행 건, 보류 건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형식으로 직속 보고한 후 직접 실현할 수 있는 제도랍니다. 원하는 주제와 실행안을 담은 문서를 업로드하면 승인 여부에 따라 슈퍼패스가 실행돼요.
Q. 슈퍼패스의 첫 제안자인 윤영 님이 어떤 내용을 건의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차봇 앱 오류 잡기’라는 주제의 제안이었어요. 말 그대로 ‘차봇 앱 내의 오류를 없애자!’라는 취지의 프로젝트인데요. 차봇 앱을 사용하면서 보이는 오류들 때문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건의했어요. 모든 크루들이 열심히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데, 작은 오류 때문에 ‘차봇의 품질이 나쁘다’라는 오해를 받으면 속상하잖아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작고 사소한 오류들이 모여 전체적인 앱의 사용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슈퍼패스를 거치지 않고 ‘혼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고민했어요. 그런데 공식적인 목표와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바쁜 개발자분들께 개별적으로 오류 개선을 부탁하는 건 무리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러다 마침 슈퍼패스 제도가 있다는 게 떠올라 신청하게 되었어요.
Q.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실제로 슈퍼패스 승인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요. 윤영 님만의 비결이 있나요?
그냥 ‘이거 하고 싶으니까, 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제안을 읽는 사람이 문제의식에 공감할 수 있게끔 신경 써서 작성했어요. 특히 자료조사 과정에서 차봇의 탈퇴율 변화와 탈퇴 사유를 직접 분석해 보니 탈퇴 원인 중 20%(3위)로 ‘오류가 많다’가 손꼽히더라고요. 그래서 오류는 프로덕트 메이커로서 필수적으로 없애야 하는 요소이고, 실제로 사용자가 오류 때문에 이탈하는 현상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죠.
Q. 슈퍼패스가 승인된 이후에 실제로 어떤 프로세스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나요?
슈퍼패스 승인을 받은 후 프로젝트 참여 당사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어요. 함께 논의하다 보니 주제가 자연스럽게 확장되더라고요. 총 3가지를 목표로 각각의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었어요.
첫 번째로는 ‘차봇 전사 오류 잡기’를 진행했어요. 회의 바로 다음 날부터 저와 PM셀 윤선 님이 함께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Android와 iOS용 앱에서 각 기능에 오류가 있는지를 확인해 pass 또는 fail이라고 표시해 기록했어요. 그다음 선별한 오류를 Jira라는 협업 툴로 이관해 실무 담당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요. 원래는 바로 오류를 해결하는 슈퍼패스를 제안했는데, 서비스를 RN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오류까지 고치기엔 일정상 무리였어요. 그래서 10월 중에 RN을 개편하고, 나중에 오류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꾸었죠.
두 번째로는 ‘아웃보딩 강화’를 진행했어요. 탈퇴하려는 사용자가 앱 사용 중 겪은 어려움을 해결하고, 어떻게 하면 더 오랫동안 앱에 머물도록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죠. 나아가 탈퇴하는 사용자가 ‘어떤 점이 아쉬워서 탈퇴하려고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또 다른 VOC 창구를 설계했어요. PM셀의 다빈 님과 함께 재미있게 일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웃음) 결과물은 아마 10월 중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프로덕트 유닛 내의 QA 프로세스 개선이 이루어졌어요. 오랜 QA 경력이 있으신 윤선 님이 진행하셨답니다. 함께 앱 오류 전반을 파악하면서 얻었던 인사이트에서 착안해 일을 진행하였는데요. 특히 서비스 간에 겹치는 영역에 대해 담당자가 부재한 점이나 불규칙한 배포일 등의 상황을 꼼꼼하게 고려해 QA 프로세스의 기반을 더 튼튼하게 바꾸어 주셨죠.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정말 힘든 난관은 없었던 것 같아요. 굳이 하나를 꼽자면, 오류를 잡기 위해 하나씩 체크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오류가 많이 나왔는데, ‘오류가 많다’는 슬픈 소식을 프로덕트 유닛 내에서 어떻게 소프트하게 전달할지를 제일 많이 고민했어요. (웃음) 사실 이런 오류들이 기획 정책이 부재해서 나온 케이스가 많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개선할 계획이라는 점을 말씀드렸고, 다행히 큰 갈등이나 오해 없이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어요.
Q. 슈퍼패스 제도의 첫 번째 경험자로서 생각하는 슈퍼패스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조직 개편 전에는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이지만, 그에 비해 승인 및 보고 체계가 아무래도 좀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직원들이 스스로 주도하는 게 아니라 리드를 따라가는 거죠. C Level이나 비즈니스 부서에서 사업성을 고려해 아이템을 선정하면, 기획자가 그 아이템에 대한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하고, 디자이너는 거기에 디자인을 입히고, 개발자는 그대로 개발하는 워터풀(Waterfall)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그런 업무처리 방식이 아쉬웠어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사업 배경이나 이유’가 전달되지 않고 그냥 ‘이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만 전달받는 일이 많았거든요. 저는 적극적으로 업무에 뛰어드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 매니저급도 아이디어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슈퍼패스 제도가 무척 반가워요. 우리 회사 C Level 분들의 열린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또, 슈퍼패스 제도로 프로덕트 유닛 내 QA 프로세스가 개선된 것처럼 앞으로 여러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Q. 반대로 슈퍼패스 제도를 경험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슈퍼패스의 제안부터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면 좋겠어요. 이번 슈퍼패스도 문서로 안건을 제안한 후에 회의를 진행하고 실제로 실행되기까지 대기 시간이 무척 길었거든요.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다면 RN 개편 전에 오류를 없앨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앞으로 저 말고 다른 크루들이 슈퍼패스로 사회적인 이슈나 트렌드를 반영한 신규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그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슈퍼패스의 속도가 느리면 적절한 시기를 놓쳐서 쓰기 어려운 아이디어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죠? 그래서 속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첫 슈퍼패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소감이나, 차봇 크루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슈퍼패스에 도전하고, 또 슈퍼패스를 통해 차봇에 활력을 불어넣는 멋진 아이디어들이 많이 실천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많은 도움을 주신 윤선 님께 특별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