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창업… 작년 매출 220억원 급성장
보험으로 시작해 세차·정비로 확장 계획
현대차 등 106억원 투자… “슈퍼앱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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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딜러 출신인 강성근 대표는 2016년 9월 모빌리티 스타트업 ‘차봇모빌리티’를 창업하고 수입차 구매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보험 견적 서비스를 제공했다. 창업 이듬해 3억원이던 매출은 작년에 220억원으로 5년 새 약 70배 늘었다.

차봇모빌리티는 현대차(184,400원 ▼ 400 -0.22%), 현대해상(30,650원 ▲ 200 0.66%) 등으로부터 106억원(누적)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운전자 공략에 나섰다. 작년 9월에 출시한 ‘차봇’ 플랫폼이 그 결과물이다. 자동차를 사고팔고, 관리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종합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그 안에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집어넣겠다는 포부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만난 강 대표는 “모빌리티 시장이 커지고 많은 회사가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으나 네이버(NAVER(202,000원 ▼ 1,000 -0.49%))처럼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앱은 아직 없다”며 “정비, 운전 습관을 통한 보상(리워드) 등을 통해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딜러를 하다가 창업한 이유는.

“2013년 11월부터 3년 가까이 폭스바겐, BMW 차를 파는 딜러사에 있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016년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배출량을 속이는 ‘디젤 게이트’에 휘말려 차량 판매가 중지됐던 게 결정적이었다. 당시 한 달에 차를 30대쯤 팔았는데, 2016년 6월부턴 아예 차를 팔 수가 없었다. 차량을 사 간 고객들한테는 어마어마한 항의가 들어왔다. 일에 회의를 느꼈다. 고객들이 좀 더 믿고 차를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어떤 사업이었나.

“2016년 9월 ‘카브리데이(car + everyday)’라는 이름으로 차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았다. 이 정보를 딜러에 공급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취하는 모델이었다. 처음에 무상으로 DB를 공급하다 보니 딜러들이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않았고 계약 확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딜러가 확보한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가 금융·보험 관련 상품을 제공하는 식으로 전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수입차를 살 때 거의 연 120만~150만원의 자동차 보험료가 들어가는데, 차량을 구매한 고객에게 다이렉트(온라인 전용) 자동차 보험으로 비교 견적을 내주니 소비자도, 딜러도 만족도가 커졌다. 10명 중 6명이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당시 보험은 말만 다이렉트였을 뿐, 가격은 오프라인에서 가입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 현재 수입차 딜러의 약 90%가 이런 영업 방식을 이용한다. 회사는 자동차보험을 넘어 운전자보험, 암보험 등 소비자가 원하는 금융상품으로 구색을 확장하고 있다.”

─작년 9월 ‘차봇’이라는 운전자 대상(B2C) 모빌리티 플랫폼을 선보였다.

“카브리데이를 통해 스타트업이 소비자(운전자)를 먼저 공략했을 때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배웠다.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먼저 공략했던 건 이 때문이다. 차봇은 택시·대리운전 등 이동 수단을 중개하거나 중고차에 특화된 플랫폼에 국한하지 않고 자동차를 사고파는 모든 과정과 사후 관리, 커머스(상거래)까지 운전자가 매일 쓰는 슈퍼 앱을 지향한다.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고 세차·정비처럼 관련 스타트업과 연계해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내년부터는 더 많은 운전자가 밀착해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테면 안전하게 운전하거나 차봇 콘텐츠를 이용했을 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식이다.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중소기업 적합 사업 가운데 아직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사업이 굉장히 많다. 정비 시장이 대표적이다. 기존 사업자들과 차봇 플랫폼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오프라인 차량 판매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자동차가 디바이스(기기)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차를 만드는 것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제어, 운영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이는 제조사가 아닌 우리 같은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기회다. 차를 수입해서 이를 판매하고 사후 서비스까지 해낼 수 있다면 우리가 만들려는 디지털 시장에서 제조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영국에 본사를 둔 화학 회사 이네오스의 제임스 래트클리프 회장이 차를 너무 좋아해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란 계열사를 설립하고 박스형 외관의 오프로더 ‘그레나디어’를 선보였다. 한국에서 이 차를 팔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고, 회사의 철학을 마음에 들어 한 이네오스 측이 우리를 수입사로 택하며 국내에 진출하게 됐다. 최근 국내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인기다. 이 차는 1억원이 넘는 고가이지만, 사전 판매 추이를 보면 당초 목표로 했던 연간 300대 이상 판매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목표는.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차봇 플랫폼을 더욱 강화해 많은 운전자에게 존재감을 알리려고 한다.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등으로의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선 ‘미국판 헤이딜러’ 스타트업과 협업 모델을, 자동차보험 시장이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일본에선 보험 비교 견적 서비스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는 국내와는 다르게 해외에선 곧바로 돈을 벌 수 있도록 기존에 자리 잡은 서비스로 특화해 진출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