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김진석 작가

“초개인화”는 개인별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도로 맞춤화된 “서비스” 혹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가전, 교육,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어의 정의 자체에서 볼 수 있듯이 초개인화는 “서비스”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점차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초개인화가 자동차 산업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까요?

그건 예단할 수 없겠지만 “초개인화”가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앞으로의 자동차 상품성의 무게 중심이 서비스화 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자동차의 서비스화가 가능한 영역은 어디일까요? 하드웨어보다는 앞으로 그 비중이 높아질 소프트웨어 분야가 유력해 보입니다.

자동차의 하드웨어의 “초개인화”에 대한 의심

공산품은 대량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을 지향하고, 서비스는 개인화를 지향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자동차 역시 그동안 공산품으로서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에서는 굉장히 많은 종의 부품들의 효과적인 구매, 재고 관리 프로세스를 통한 대량 생산과 품질이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품종 다량생산이 기본적이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오픈카와 같은 특정 맥락에 최적화되어 수요가 많지 않은 차량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동화에 따라 차량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지고 모듈화가 되었고, 스마트 공장이 확산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환경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점점 더 다양한 맥락에 최적화된 차량들을 생산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웨어 영역에서 이러한 변화를 초개인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하드웨어가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개인 한명 한명에게 맞춤화된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사람들이 자동차 하드웨어에 있어 초개인화를 원하는지를 확신할 수 있을까요? 자동차를 제외하고 우리가 구매하는 공산품 중에 가장 비싼 물건 중 하나인 스마트폰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폼팩터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최적의 형태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자동차의 디자인이 더 감성적이고 다양해질 수는 있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 맞춤형에 대한 수요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의 니즈 외에 실용적인 이유에서도 하드웨어 측면에서 초개인화가 제약될 요소가 있습니다. 자동차는 평생 소장하는 물건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중고로 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중고로 팔 것을 생각하면 하드웨어 측면에서 지나친 개인화는 잠재 수요의 범위를 좁히게 됩니다. 개인의 취향이 철저하게 반영된 주택보다 아파트가 환금성이 더 좋은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본질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동차가 사용되는 물류, 여객 운송 등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에서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산업의 맥락에 최적화된 차량이 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개인화”가 가능한 영역은 어디일까?

그동안 자동차의 상품성 경쟁은 하드웨어의 경쟁이 대부분을 차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점차 자동차의 상품성에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영역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형태의 어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를 통해 내려 받는 환경이 당연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디지털화에 따라 UI의 구성 역시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것들도 (느슨한 의미에서는) 충분히 개인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소프트웨어 영역들은 구독과 같은 형태로 서비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자동차를 사면 자동차에서 넷플릭스 혹은 유투브 프리미엄을 보는 것은 기본 제공되는 상품이 대중화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변화를 초개인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개인이 필요한 앱을 다운받아 쓰거나 구독하는 것을 초개인화라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현재로서는 “초개인화”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영역은 다른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AI와 자동차가 만나는 지점이 가장 유력해보입니다. AI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학습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스마트 회생제동, 스마트 드라이빙 모드처럼 나의 선호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례가 있는데, 차후에는 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운전의 질감, 사운드, 시트 포지션을 다양하게 개인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능들이 생성형 AI와 만났을 때 새로운 차원의 운전 “경험”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폭스바겐, 벤츠 등은 CES2024에서 AI 비서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물론 AI 영역에서 어디까지 사람들이 초개인화를 수용할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내가 조금전에 자동차를 검색했다고 바로 나에게 자동차 광고를 띄우는 것에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놀라움이 아니라 소름끼침 혹은 불쾌함에 가깝습니다. 조조가 양수의 목을 벤 계륵 이야기처럼 우리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AI는 오히려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초개인화가 단순히 마케팅 구호가 아니려면

분명 초개인화라는 말은 멋진 말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자동차를 공산품으로 받아들이는 한 초개인화는 자동차 산업에서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공산품의 범주를 넘어설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아직까지 자동차 산업에서 음성형 비서 정도를 제외하면 “서비스와 경험의 상품화”까지 뚜렷한 실체를 보이고 있는 것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아직까지 자동차 산업에서의 초개인화는 마케팅 용어에 가깝다고 봅니다. 물론 신기술의 반영에 굉장히 보수적이고 제한적인 자동차 업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말이죠. 이러한 용어 등장하고 사용되는 것만으로도 최근의 자동차 산업의 트랜드를 볼 수 있겠지만 초개인화가 자동차 산업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서비스와 경험을 상품화”하는 사례들이 더욱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칼럼니스트

김진석: 자동차 회사의 마케터로서 일했으며, 현재 모빌리티 산업의 사업 기획자로서 일하고 있다. 네이버 포스트  카레시피의 콘텐츠를 담당했으며, 다음자동차 등에서 컬럼을 연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