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오토타임즈 김성환 기자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넘어 순수 전기차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요즘 들어 전기차 판매가 다소 주춤한 모양이지만 메가 트랜드는 여전히 우 상향이기 때문에 전기차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사실 전기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반짝 등장한 차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자동차가 세상에 나오던 태동기 시절부터 존재해왔다. 심지어 산업혁명과 석유의 등장 전까지 전기차는 가장 현실적인 이동수단으로 평가 받았다. 정확히는 18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헝가리 사제 아니오스 예들리크가 최초로 소형 전기차 모형을 발명하면서 전기차 개발에 인류는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100㎞/h를 세계 최초로 돌파하면서 전기차의 보급이 눈앞을 두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포르쉐는 C2 페이튼을 선보이며 현실적인 전기차에 접근했고 뒤이어 소규모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전기차는 지금처럼 놀라웠고 획기적인 모빌리티였다. 강한 힘을 내면서도 조용함이 가장 컸다. 여기에 마부가 필요 없고 증기로 연소하는 과정도 없어 언제 어디서나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자동차는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는 시간이 45분이 걸렸다. 휘발유 자동차는 시동을 걸기 위해 크랭크를 돌려야 하고 복잡한 기어 변속이 필요했다. 전기차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승승장구 할 것 같았던 전기차는 딱 여기까지다. 어느 순간 인류 역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가장큰 이유는 산업혁명, 바로 포드 T 때문이다. 컨베이어 벨트 조립라인 시스템은 많은 변화를 야기했고 전기차의 쇠퇴를 의미했다. 단일 제품과 색상, 누구보다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며 동시에 가속화된 석유의 활용도 또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무엇보다도 세계대전 기간 전장에 뛰어든 자동차들의 즉각적인 연료 공급이 필요했고 휘발유, 디젤 차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반대로 전력 공급이 불안정했던 당시 상황과 맞물려 전기차는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포드 EV1, 자료 출처: 나무위키>

압도적인 내연기관의 시대 속에서도 원초적인 전기차에 대한 시도는 지속됐다. GM이 만든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 EV1이 주인공이다. 정확히는 환경 규제에 맞춰 등장한 차이며 오늘날 전기차의 탄생 배경과 상당히 비슷하다.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무공해 자동차 생산을 의무화 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이후 GM은 발 빠르게 대응했고 EV1이 세상에 나왔다.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었다. 초도물량 80대를 접수 받았는데 1만명이 넘게 신청한 것. 실제 오너들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EV1의 후속은 더 이상 없었다. 차는 조용히 단종 절차를 밟았는데 부족한 인프라와 비싼 제조 원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원인이었다. 또 배터리 내구성 등이 발목을 잡으며 차를 만들수록 적자를 봤다. 이처럼 GM의 실패를 지켜본 다른 완성차 회사들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다. 오늘날 전기차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매우 유사하다.

<1세대 프리우스, 자료 출처: 나무위키>

결국 최적의 대안으로 하이브리드가 등장한다 1997년 토요타가 만든 프리우스는 가장 현실적인 전동화 파워트레인 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까지도 명맥을 지키고 있다. 내연기관 엔진의 편리함과 전기 에너지가 주는 장점을 적절히 섞어 큰 이질감 없이 다가온 하이브리드는 직접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영역까지 확장하며 많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도 완전한 친환경을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더욱이 지구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강해지는 규제에 맞추려면 궁극적으로는 전기차로 가야 한다. 즉 150년 전 내연기관 차의 역사를 알리기 전 등장했던 전기차 시대를 다시 재현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것이다. 심지어 그때 당시 겪었던 여러 문제들(인프라, 가격, 내구성 등)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평행이론을 달리는 모습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인류 모빌리티 역사에서 맨 처음을 알렸던 전기차가 다시 돌아왔고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인간이 만든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불리는 자동차는 제곱을 향해 진화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구를 위한 필수 요소라는 점이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 시킬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변모하게 될 이동의 패러다임, 그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성환 <오토타임즈> 기자

“세상의 모든 탈것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자동차 저널리스트”

  • 전 탑기어코리아 에디터
  • 전 에보코리아 에디터
  • 현 오토타임즈 취재 팀장
  • 현 KBS, MBC, TBN 등 라디오 고정출연
  • 현 다수 자동차 브랜드 매거진 글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