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전환에서 자율주행은 핵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기술 발전이 높고 사람이 해야 할 이동 시간에서의 손실을 최대한 줄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율주행은 우리가 꿈꾸는 이동의 개념을 새로 정립하고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바라보면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모두가 가야 할 방향은 알고 있지만 몇몇의 용기 있는 발걸음을 제외하면 진척이 더딘 것이다. 이유가 뭘까?

현재 자율주행이 직면한 문제는 크게 경제, 문화, 사회적 관점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분야는 경제다. 기존의 일자리 체계가 무너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내홍을 겪게 된다. 운전을 생계로 살아가는 사람들, 도로 위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교통, 운송, 수송과 엮인 사람들의 일터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지능화된 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움직이고 사람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료출처: 테슬라>

물론 일각에서는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또 다른 직업군이 생겨나게 될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부분 전기, 전자 신호 기반의 컴퓨터 공학이기 때문에 고학력 및 숙련자가 필요하다. 그들을 양성할 물리적 시간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고 그 사이 기존의 산업군은 쇠퇴할 수 밖에 없다. 경제적 손실에 따른 이익 집단의 반발, 이에 국민의 생활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적 노력 등 손실 비용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먼저 국민들을 이해시킬 만한 기술 완성도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이 편하다고 하지만 막상 내 삶에 들어왔을 경우 활용할 수 있느냐와 없느냐는 큰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키오스크 도입 이후 중장년층의 이용 시 불편함, 고령층의 거부감이 급격히 늘어난 것만 봐도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연령에 따른 이용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고 자율주행의 경우 다루는 사람과 이를 위험 요소로 보는 사람들 사이 관계적 문화는 형성되기 어려워진다.

이 외에 기존 운전자들 사이의 융통성, 상황에 따른 교통 체계를 자율주행은 용납할 수 없게 된다면 이 또한 문화적으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또 교통량이 많지 않고 자율주행 시스템이 미비한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차이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모두가 고르게 자율주행을 인식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교통 문화를 정립해야 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자료출처: 연합뉴스>

이를 위한 첫 걸음이 최근에 이뤄졌다. 도로교통공단이 ‘완전 자율주행시대에 대비한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 대상 응시 전 교통안전교육에 자율주행자동차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개선된 응시 전 교통안전교육 영상에는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정의, 관계 법령, 자율주행 단계의 구분, 운전자의 준수사항 그리고 제어권 전환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맨 처음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 그리고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개념과 인식을 배운다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다.

마지막은 사회적 측면이다. 경제, 문화적으로 바라봤을 때 보다 훨씬 신중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율주행의 범위와 활용 주체, 안전 의식 등 사실상 모든 결정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높은 부분은 안전이다. 빠른 속도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물체이고 생명만큼 중요한 게 없어서다.

사고율 제로를 향한 노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만에 하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주체와 해결 방안이 쉽지 않다. 최근에 테슬라가 자사 주행보조기능인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로 제기된 소송을 5년여 만에 합의로 마무리 지은 사례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여전히 체계적인 대책은 전무한 상화이다. 이처럼 제조사와 운전자, 보험사, 도로관리 기업 등 이해관계를 도출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대 주제는 자율주행으로 가는 방향이 맞을 수 있지만 전환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합의와 기준을 세우고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것인지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만큼 기술 발전보다 훨씬 많은 공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러 문제를 파악했다면 해결 방법도 분명히 있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자율주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된다.

벤츠와 아우디는 레벨 3 플러스의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있고 현대차는 슈퍼널을 통해 미래 항공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열었다. 상용차로 보면 트럭 플래투닝을 통해 물류 운송 체계를 바꿀 준비도 한창이다. 이처럼 우리가 그리는 자율주행 시대는 제법 가까이 그러면서도 차곡차곡 성장 중이다. 다음 시간에는 교통, 물류, 수송의 관점에서 지금의 자율주행 흐름과 미래 희망을 살펴본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성환 <오토타임즈> 기자
“세상의 모든 탈것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자동차 저널리스트”

  • 전 탑기어코리아 에디터
  • 전 에보코리아 에디터
  • 현 오토타임즈 취재 팀장
  • 현 KBS, MBC, TBN 등 라디오 고정출연
  • 현 다수 자동차 브랜드 매거진 글 기고